사실 난 바쁘다는 핑계로 한걸음 멀찍이 서서 바라만 보고있다. 굳이 찾아보지도 않고, 굳이 찾아가지도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들만 들어도 울컥울컥 넘어오는데 직면하는 순간 미친듯이 화는 나지만 할 수있는 게 하나도 없어 더 열받을 꺼 같아서.. 그냥 외면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오빠는 친구손에 이끌려 덕수궁 분향소에 다녀오긴 했다. (쩝.. 나도 델구가지..ㅠ.ㅜ) 오빠 친구가 찍은 그 때의 사진들..
아가씨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머님과 살림을 합쳐야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벌이도 없는데 집을 늘려가야한다는 부담과 과연 집을 어디에다가 구해야할지와 그 밖에 생각해야 할 여러가지 문제들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쨌든 이사가기로 결정.
전부터 혜화동 근처에 살고싶었는데 혜화동, 동숭동, 명륜동은 너무 비싸서 Pass!! 모니카 언니와 보나언니가 살고있는 삼선교도 너무 비싸고, 지나다니면서 늘 살기 좋겠다고 생각한 성북동과 비교적 집값이 싼 정릉을 알아보기로 했다.
3월 14일 오빠가 근속교사 미사에 간 사이에, 예린이를 들쳐안고 혼자 한성대 입구역에서 순교복자 수도원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추운날씨였는데, 햇살이 너무 따사로와서 기분이 좋았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집들이 어찌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산동네이지만 볕도 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삼선교쪽이 전망이 워낙 좋으니.. 이쪽도 좋겠지하는 생각과 함께 한가로이 동네구경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 월요일 오빠랑 같이 알아보기. 처음에 들어간 부동산에서는 요새 매물이 없다는 말과 함께 정릉에 있는 집을 소개시켜줬다. 어차피 정릉쪽도 생각하고 있었고 정릉 신축 빌라가 대충 원하는 사양에 맞길래 어디 어떤지 한번 보기나 하자, 하고 쫒아갔다.
But, 너~무 멀었다. 아니 성북동에서 고개넘어갔는데도 한참을 구비구비.. 이사 나온지 벌써 8년째임에도 나의 지도상의 중심점은 항상 양재동이기에.. 3호선 라인에서 멀어진다는 건 좀 끔찍한 일이다. 어쨌든 새집 천장에 핀 곰팡이도 발견한 오빠와 함께 정릉은 안되겠다고 결론.
다시 성북동으로 돌아와 지나가다가 본 예쁜 부동산에 들어갔다. 막무가내로 집을 보여달라고 얘기하고, 능력 밖의 집 두군데를 보게되었다.
정릉에서 본 집 탓인지, 처음 들어간 빌라는 완전 궁궐!! 작년 11월에 붙박이장에 싱크대, 바닥까지 싹 다 리모델링 했는데, 사정상 나가야 한다는 집. 1층 집에 들어가면 넓직한 통창이 있고. (게다가 2중창으로 새시까지 새로 다 했다!!) 창 밖에 조그마한 마당이 있어 예린이 미끄럼틀을 놓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엌에는 라임색 타일로 마감하고 넓직한 싱크대가 ㄱ자로 있었다. 대충봤는데도 딱 맘에 드는 집.
그리고 두번째 들어간 빌라는 넓고 경치도 좋았으나 들어가는 복도가 음습하고 올라가는 길이 너무 경사져서 그냥 그랬다.
어쨌든.. 능력 밖!!이라 그냥 입맛만 다시며.. 꼭 이사를 가야겠다. 생각하면서.. 집청소를 시작했다. ㅋㅋ
그리고 오늘 집주인에게 전화. 성북동 부동산에 집 구해달라고 전화. 하고 천천히 기다리려했는데,
이쪽집에서도 빨리 이사가라하고. 성북동 부동산은 처음에 본 집을 우리가 원하는 사항에 맞춰 줄테니 오늘 당장 와서 계약하라. 했다.
갑자기 마음도 다급해지고, 그 집에서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마구마구 흥분!! 떨리는 마음 + WBC 결승전때문에 심장이 터질듯했다. ㅋㅋㅋ
오후에 다시 한번 집에 가보고. 계약하기로 했다. 갑자기 일이 술술 풀리니 불안하기도 하고 반지층이고, 현관도 두개라 좀 고민고민하며 갔는데 집에 들어가니 그런 생각 싹~ 사라지고 처음에 본 것보다도 더 좋아 얼른 가서 계약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계약 완료!! 혜화동, 삼선교 주민들에게 성북동 주민이 될 것을 문자로 신고하고. 신나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내가 알아보고 내 맘에 들어 결정한 집이라. 기대가 크다. 들어가서 살다보면 불편한 점도 물론 있겠지만. (가장 큰 걱정은 지대가 높다는거?) 지금 맘은 얼른 집이 나가서 빨리 이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공기도 좋고, 새소리도 들리고 예린이가 뛰어다가다 차에 치일까 걱정안해도 되고 작지만 놀 만한 공간도 있고. 피아노를 가져올수 있구 주변에 좋아하는 언니오빠들도 있어 너무 너무 좋다.
이제 할일은 3년간 살았던 정든집을 깨끗히 청소하고 너저분한 짐들을 깔끔히 정리하는 것.
(오빠를 만나 적지않은 이사를 하면서 깨달은 건 이 집에서 정리가 안되는 짐들은 새 집에 가도 정리가 안된다는 거다. ㅎㅎ)